지난 20년동안 살아온 나의 고향 순천.
아름다운 곳을 떠나기 싫지만 나는 서울로 간다.
큰 누나는 벌써부터 눈물을 뚝뚝 흘린다.
6남매중에 막내.
어린시절부터 나는 알아서 잘해야했고, 꽤나 알아서 잘해왔다.
그냥 하란대로 열심히 해왔더니 나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했고
엄마 아빠보다 큰누나가 나서서 학비를 대줄테니 서울로 가란다.
나는 사실 이 근처에 국립대학도 상관없는데
큰누나는 아니랜다. 무조건 서울가라고.... 무서운데...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서 살아보려니 벌써 걱정이 앞선다.
누나는 울면서도 나를 꼭 보내고 마려는가보다.
뭐... 언제나 나를 위한 조언을 해주는 큰누나가 하는 말이니
이번에도 내게 좋은 선택이기에 가라고 하는 거겠지.
학교를 등록하고 나서 모든일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누나는 1주일동안 서울을 다녀온다더니 자취방을 계약했다.
새옷을 사고 이발을 하고 짐을 싸고......
정신없이 시간이 흐르더니 고속버스터미널.
사람이 너무 많다. 많아도 너무 많고, 나는 그저 누나와 매형을 따라 걸었다.
버스타고 지하철타고 오르락 내리락 하고나니 다시 시내.
택시를 타고 드디어 도착한 집은 하늘빌라 301호.
방과 부엌 화장실이 있는 작은 원룸이었다.
약간은 오래된 냄새가 나는 건물이었던 것이 내 첫 감상이었다.
서문에서 5분 거리 1층엔 식당.
누나 형들과 같이 쓰던 방에서 첫 내방.
다른 사람들은 독립이라 명명하며 신난다고 하던데
나는 걱정이 앞섰다. 이 모르는 동네, 이 모르는 사람들, 내가 모르는 수많은 것들.
누나와 매형이 오늘은 자고 간다며 동네 구경을 해보자는데 어찌나 무섭던지.
그랬다. 나는 걱정도 많고 불안도 높고 새로운 것보단 오래된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누나는 가까운 마트에서 함께 장을 보며 생활용품을 사주고
나의 독립에 나보다 더 설렌듯한 모습이었다.
누나가 저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어쩐지 안심이 되는 기분.
그래, 한번 해보자. 뭐 순천이나 여기나 뭐.
내가 좋아하는 나무 그루터기는 없지만
내 친구 준기는 없지만 준기 친구 형석이는 옆학교 갔다니까 걔도 가끔보고
매주가던 둘리떡볶이는 없지만 놀이터 근처 연남떡볶이도 맛이 좋더만.
어딘가 내가 좋아하는 벤치를 찾아서 또 익숙해져보자.
그러다보면 나도 진짜 여기가 좋아질지도 모르지.
설렘보다 걱정이 흥분보다는 불안으로 가득한 나의 독립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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