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
아니지, 매순간이 새롭다고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은 뭘 어떻게 설명하려해도 설명되지가 않는다.
이해되지도 않고 이해할 수도없는 나의 마지막 순간.
36년이라는 지난세월속에서 셀수 없이 많은 추억들이있으련만
하필 지금 떠오르는 것이 진규형 모솔탈출을 돕겠다며
진규형네 집에서 은석이와 상민이와 피자먹으며 낄낄대던 때라니...
진규형을 불쌍해하고 한편 공감하며 작전을 짜던 우리에게
꽤나 연애해봤다는 상민이의 말.
"너네들 지금 고작 문자하나 보내면서 무슨 고민을그렇게 하냐!
핵폭탄 보내는 단추누르는 거아니고 그냥 문자 답장하는거야!
이것들은공부만 할줄 알지 뭐 할줄아는게 없어. 진짜 답답한 애들이네!"
그땐 그말이 정말 재수없었는데
지금 이순간 왜 그말이 떠오르고 난 내 답답했던 일생이 아쉬운걸까.
힘이 빠져가고 눈이 아득해지는 지금 너무도 보고싶은 사람이
고작 진규형이라니,
애인도 아니고 엄마도 아니고 고작 그 모솔이었던 진규형이라는 것이
내 답답했던 인생을 다시 떠오르게한다.
그때 그형이 모솔에서 탈출했더라면, 그 형의 탈출에 충격받고
나도 누군가와 사랑을 했더라면...
내게 일보다 성공보다 더 중요한 무엇인가가 생겼더라면
나의 인생의 마지막이 지금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아쉬움.
아마도 그런 까닭으로 그때가 생각나는 거겠지.
그리고 형이 보고싶은거겠지.
황량했던 나의 36년에 작은 안식을 주었던 진규형과의 여행 이야기 그리고 추억 .
누나가 전화하는 것 같더니 지금들어오네.
내일이나 온다고 하던데 다행이 지금와서 보고 가는구나.
못볼줄 알았는데 보고 갈 수 있어서 다행이야.
나의 가장찬란한 순간을 함께한 진규형아,
건강하게 잘지내. 결혼식에 못가서 미안.
형은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될거야.
나도 좋은 아빠가되고싶었는데 형이랑같이 와이프 흉도 보고 그렇게 살고 싶었는데
이렇게 헤어지게 되는게 아쉽네. 언젠가 나중에 또 만날 수 있기를.
안녕.